법무법인에서 저작권 내용증명이 왔습니다. 합의해야 하나요?

내용증명 자체에는 강제력이 없습니다. 보냈다는 사실을 우체국이 증명해 주는 문서일 뿐입니다. 저작권 침해는 원칙적으로 친고죄여서 고소기간 제한이 있고, 전과가 없는 경미한 침해는 각하나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로 처리되는 제도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입니다

몇 년 전 블로그에 올린 글에 쓴 이미지 한 장 때문에 법무법인에서 내용증명이 왔습니다. 합의금 300만원을 7일 안에 입금하면 없던 일로 하고, 아니면 형사 고소하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봉투에 '내용증명'이라고 찍혀 있으니 법원에서 온 것 같아 잠이 안 옵니다. 지금 바로 보내야 하나요?

내용증명은 판결이 아닙니다

먼저 이것부터 풀어야 합니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이 “이런 내용의 문서를 언제 누구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우편 서비스입니다.

법원이 보낸 것이 아니고, 그 안에 적힌 요구가 확정된 것도 아닙니다. 기한을 정해 두었다고 해서 그날까지 안 보내면 무엇이 자동으로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내용을 증명해 줄 뿐, 내용이 옳다고 증명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보내는 쪽이 내용증명을 쓰는 이유는 나중에 “통보했다”는 사실을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그 자체는 정상적인 절차이고, 겁을 주려는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문서의 형식이 곧 요구의 정당성은 아닙니다.

저작권 침해는 원칙적으로 친고죄입니다

저작권법 제140조 본문입니다.

이 장의 죄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

권리자가 고소해야 형사 절차가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따라옵니다.

첫째, 고소기간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은 친고죄에 대하여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기산점이 “침해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범인을 알게 된 날” 이라는 점을 정확히 보셔야 합니다.

둘째, 예외가 있습니다. 제140조 단서 제1호는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저작재산권 등을 침해한 경우를 친고죄에서 빼고 있습니다. 이 경우 고소가 없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리 목적이었는지, 상습이었는지가 이 사안의 성격을 크게 가릅니다.

처벌 조항은 이렇습니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은 저작재산권 등을 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포·대여·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숫자만 보면 무겁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법정형의 상한이지 실제 처분이 아닙니다.

경미한 침해를 위한 제도가 따로 있습니다

정부가 안내하고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는 저작권 침해로 합의금을 요구받은 경우에 대해 다음을 안내합니다.

제도
고소사건 각하 전과가 없거나 우발적인 침해인 경우, 조사 없이 각하될 수 있습니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검찰이 저작권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응에 대해서도 이렇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이 경미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할 경우 당황해서 합의에 응하기보다, 관할 경찰서에 문의하거나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상담(전화 1800-5455)을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 의견이 아니라 정부가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 안내입니다.

합의를 판단할 때 보게 되는 것들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판단에 들어가는 항목은 정해져 있습니다.

  • 보낸 쪽이 정말 권리자인가. 또는 권리자에게서 위임을 받았는가. 위임 사실이 문서에 드러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문제 삼는 저작물이 특정되어 있는가. 어느 게시물의 어느 이미지인지, 언제부터 게시되었는지가 적혀 있어야 합니다.
  • 영리였는가. 친고죄인지 아닌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 요구 금액이 정상적인 이용료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그 저작물을 정식으로 쓸 때의 가격을 확인해 보면 기준이 생깁니다.
  • 고소기간이 남아 있는가. 상대가 언제 알았는지가 관건입니다.

합의하기로 했다면합의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

폰트 때문에 온 경우라면

가장 많은 유형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는 알아둘 판례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1년 6월 26일 선고 99다50552 판결은 서체 파일이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하고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저작물로 보호했습니다. 윤곽선을 만드는 제어점의 좌표값과 지시·명령의 선택에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되어 있다는 이유입니다.

즉 이 판결이 보호 대상으로 본 것은 서체 파일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확인해야 하는 지점은 “그 글씨체를 썼는가”가 아니라 “그 폰트 파일을 어디서 어떻게 받아 설치했는가” 가 됩니다. 정품으로 산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던 것인지, 무료 배포된 것인지, 라이선스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판결은 손해액에 대해서도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단위당 통상 이용료에 침해 수량을 곱하는 방식이며, 여러 권리가 묶인 계약 금액을 그대로 곱하는 방식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이렇습니다

기한에 쫓겨 바로 입금하는 것이 가장 흔한 선택이고, 가장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7일이라는 기한은 보낸 쪽이 정한 것이지 법이 정한 것이 아닙니다. 확인할 시간을 갖는다고 해서 상황이 나빠지지 않습니다.

답장하기 전에 현재 상태부터 남겨두십시오. 해당 게시물 화면, 게시일, 그 파일을 받은 경로나 구매 내역. 삭제부터 하면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를 설명할 자료까지 같이 사라집니다. 기록을 남긴 뒤 내리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전화보다 서면으로 주고받는 편이 낫습니다. 통화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말이 오가고 남지도 않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문서로 물어보고 답도 문서로 받는 쪽이 정확합니다.

“고소하겠다”는 문장은 그 자체로는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실제 고소가 접수되면 경찰에서 연락이 옵니다. 그때 조사를 받고 경위를 설명하는 것과, 지금 아무 확인 없이 입금하는 것은 다른 선택지입니다. 다만 연락이 왔을 때 응하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를 만듭니다.

금액이 크거나 요구가 반복되면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한국저작권위원회 상담이 무료로 열려 있고, 경찰서에 문의하는 것도 정부가 안내하는 방법입니다. 이 두 곳은 합의금을 받아가는 쪽이 아니어서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근거 자료

이어서 볼 것

2026년 7월 31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