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돈을 안 갚습니다. 사기죄로 고소되나요?
돈을 갚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는 사기죄가 되지 않습니다. 판단 기준 시점은 '빌릴 당시'입니다. 빌릴 때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이후에 못 갚아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이고, 빌릴 때 용도나 변제 방법을 속였다면 사기죄가 됩니다.
알고 지내던 사람이 "가게 월세가 밀렸다"며 500만원을 빌려갔습니다. 두 달 뒤에 준다고 했는데 반년이 지났습니다.
연락은 받는데 계속 미룹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돈은 가게가 아니라 다른 빚을 갚는 데 썼다고 합니다. 사기로 고소가 되나요?
안 갚는 것 자체는 사기죄가 아닙니다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부분입니다. 돈을 못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형사사건이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 지점을 분명하게 말합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후에 갚지 않고 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고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2도14516).
그래서 “6개월째 안 갚는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봐야 하는 것은 돈이 오간 그날입니다.
갈라지는 지점은 “빌릴 때”입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기죄를 이렇게 정합니다.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핵심 단어가 기망, 즉 속임입니다. 순서로 보면 이렇게 흘러가야 합니다.
| 단계 | |
|---|---|
| 1 | 속인다 (기망행위) |
| 2 | 상대가 잘못 안다 (착오) |
| 3 | 그 상태에서 돈을 넘긴다 (처분행위) |
| 4 |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는다 |
속임이 돈보다 먼저 있어야 합니다. 빌릴 때는 정말 갚을 생각이었는데 사업이 무너져 못 갚게 된 경우는 1번이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민사입니다.
그럼 무엇으로 판단하나요
문제는 “빌릴 때 갚을 생각이 있었는가”가 사람 머릿속 일이라는 점입니다. 본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그래서 이렇게 봅니다.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03도5382).
같은 판결에서 더 구체적인 기준도 나옵니다. 금전을 빌리면서 그 돈의 용도나 변제할 자금의 마련방법에 관하여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고지하고 돈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담보를 제공했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달라지지도 않고, 자력 있는 보증인이 있었다는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위 사례로 돌아오면, “가게 월세”라고 하고 다른 빚을 갚은 부분이 바로 용도를 속인 것에 해당하는지의 문제가 됩니다.
반대로, 이런 사정은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고소하는 쪽에서도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대법원 2012도14516은 돈을 빌려준 사람이 상대의 신용 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경우를 다룹니다.
인적 관계나 그동안의 거래를 통해 상대가 빚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빌려주었다면, 나중에 못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기망과 편취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위험을 알고 감수한 거래로 보는 것입니다.
즉 “이 사람 사정이 어려운 건 알았지만 그래도 믿고 빌려줬다”는 구조는 형사로 가기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이렇습니다
남아 있는 기록이 사건을 만듭니다. 빌릴 때 무슨 말을 했는지가 전부인데, 대부분 말로만 오갑니다. 그래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것은 그 무렵의 문자와 메신저 대화입니다. “○○에 쓸 거다”, “언제까지 준다”, “어디서 돈이 나온다” — 이런 문장이 남아 있으면 사건이 서고, 없으면 서기 어렵습니다.
돈이 나간 직후의 흐름도 봅니다. 받은 날 바로 다른 용도로 빠져나갔는지, 애초에 갚을 수 있는 상태였는지가 객관적 사정에 들어갑니다. 다만 상대의 계좌는 고소인이 볼 수 없습니다. 수사기관이 확인하는 부분이라 고소 단계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내 쪽 기록뿐입니다.
“차용증이 없어서 안 된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차용증은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 중 하나일 뿐이고, 계좌이체 내역과 대화 기록으로도 충분히 특정됩니다. 오히려 차용증만 있고 그때 무슨 말이 오갔는지가 없는 쪽이 약합니다.
형사와 민사는 목적이 다릅니다. 사기죄로 처벌되어도 그것만으로 돈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돈을 받는 절차는 따로 밟아야 합니다. 다만 형사 절차가 진행되면 상대가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돈이 회수되는 경로는 대개 그쪽입니다.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과정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상대의 직장이나 가족에게 알리거나, 반복해서 연락하거나, 집 앞으로 찾아가는 행위는 별개의 문제를 만듭니다. 받을 돈이 있다는 사정이 그 부분까지 정당화해주지는 않습니다.
근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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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31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