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구속시켜 달라고 했는데 왜 안 되나요?

구속은 처벌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위해 신병을 확보하는 절차입니다. 법이 정한 사유는 주거가 일정하지 않을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세 가지뿐입니다. 피해자가 원한다는 사정은 사유 자체가 아닙니다.

이런 경우입니다

사기를 당해 고소했습니다. 상대는 지금도 멀쩡히 회사를 다니고 SNS도 하고 있습니다.

조사관에게 "저 사람 좀 구속시켜 주세요" 라고 했더니 "그건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피해자가 이렇게 힘든데 왜 안 되는 건가요?

구속은 처벌이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어긋납니다. 구속은 죄에 대한 벌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사람을 붙잡아 두는 절차입니다. 유죄 판결이 나기 전이므로 아직 처벌 단계가 아닙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도 “얼마나 나쁜 짓을 했나”가 아니라 “이 사람을 풀어두면 절차가 진행될 수 있나” 입니다. 피해가 크고 괘씸한 것과, 구속 사유가 있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법이 정한 사유는 세 가지뿐입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입니다.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아래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구속 사유
1 일정한 주거가 없는
2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3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목록에 “피해가 크다”도 “피해자가 원한다”도 없습니다. 위 사례에서 상대가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사정은 오히려 1번과 3번에서 반대로 작용합니다. 주소와 직장이 분명하고 생활 근거가 있으면 도망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려워집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더 있습니다. “SNS를 한다”거나 “반성하지 않는다”는 사정도 세 가지 중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럼 피해자의 사정은 어디에 들어가나요

제70조 제2항에 있습니다.

법원은 제1항의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고려하여야 한다”이지 “사유”가 아닙니다. 제1항의 세 가지 중 하나가 먼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심사할 때 제2항의 사정들이 함께 들어갑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의미가 커지는 경우는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구체적으로 보이는 때입니다. 협박 연락이 계속 오거나, 찾아오거나, 진술을 바꾸라고 압박하는 정황이 있으면 이것은 제2항을 통해 그리고 증거인멸 염려를 통해 판단에 들어갑니다. 막연히 무섭다는 것과 기록에 남은 접촉은 다릅니다.

한 가지 더. 제70조 제3항은 다액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은 주거가 없는 경우를 빼고는 구속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영장은 이 순서로 나갑니다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

검사가 법원에 청구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 (구속전 피의자심문)

발부 또는 기각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1항은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체포되지 않은 피의자에 대해서도 제2항에 따라 구인한 뒤 심문합니다. 판사가 서류만 보고 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얼굴을 보고 정합니다.

그리고 체포와 구속은 다릅니다. 제200조의2 제5항은 체포한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그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체포됐다가 이틀 안에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조문대로 굴러간 것입니다.

실제로는 이렇습니다

고소인이 구속 여부를 정하는 자리는 없습니다. 구속은 경찰 신청 → 검사 청구 → 판사 발부의 세 단계를 거치고, 고소인은 이 절차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구속시켜 달라”는 요청 자체가 접수되는 창구가 없습니다.

대신 할 수 있는 일은 사정을 기록에 남기는 것입니다. 상대가 연락해서 취하를 종용했다면 그 문자, 찾아왔다면 그 날짜와 정황,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그 자료. 이런 것들은 증거인멸 염려나 위해 우려라는 판단 요소로 실제로 들어갑니다. “구속해 달라”는 말보다 이쪽이 훨씬 힘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건은 불구속으로 수사합니다. 구속되지 않았다는 것은 혐의가 없다는 뜻도, 사건이 가볍게 처리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불구속 상태로 수사해서 기소되고 재판에서 실형이 나오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구속되면 피해 회복은 오히려 늦어지기도 합니다. 신병이 잡혀 있으면 합의금을 마련할 방법이 줄어듭니다. 처벌을 원하는 것과 돈을 돌려받는 것이 둘 다 목표라면, 이 둘이 늘 같은 방향은 아닙니다.

진행 상황은 신청해야 알려줍니다. 형사소송법 제259조의2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신청한 때에 공소제기 여부, 공판의 일시·장소, 재판 결과, 피의자의 구속·석방 등 구금에 관한 사실을 신속하게 통지하도록 정합니다. 자동으로 오지 않으므로 신청해 두셔야 상대가 구속됐는지 풀려났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근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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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31일 작성